인연이란 참 묘한 힘을 지녔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찾아와 삶의 방향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바꿔놓곤 하지요. 저에게 있어 ‘명리’와의 만남은 그런 인연이었습니다. 낯설고도 신비하게 느껴졌던 명리학을 부담 없이 접하고,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던 경험은 서원대학교 라이프설계학과 명리동아리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 시간이 제 삶에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실 명리는 저에게 쉽지 않은 주제였습니다. 30대 무렵, 가까운 지인이 일본까지 가서 명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액의 수강료와 긴 시간 동안 배우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동시에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 명리는 저와는 먼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언젠가 해보고 싶은 공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라이프설계학과 명리동아리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것도 무료로 운영된다는 말에 놀람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고, 마침내 오랜 바람을 이룰 수 있겠다는 기대에 주저 없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귀한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신 라이프설계학과 김영옥 주임교수님께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명리학이라는 깊은 학문을 단순한 이론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우리 삶과 연결된 실천적 배움의 기회로 확장시켜주신 교수님의 통찰과 따뜻한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동아리와 저희의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리를 지키며 우리를 이끌어주신 최형인 선생님께도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재능기부’라는 말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은 정성과 헌신으로, 선생님은 우리에게 지식 전달자를 넘어 삶의 안내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명리를 배우기 전에 마음공부가 먼저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동아리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지식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수업 중간중간, 선생님께서는 짧은 명상이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말로 다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올라오기도 했고,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에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선생님의 ‘마음공부’는 명리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도구이자,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정서적 지지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런 배움의 흐름 속에서 서원대학교 라이프설계학과 명리동아리는 점점 더 단단한 공동체로 성장해갔습니다. 학과, 나이, 학번을 떠나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어느새 우리는 친구이자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함께 웃고 고민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그 시간들은, 어떤 교과서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배움이자 삶의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교실을 넘어 자연으로도 나아갔습니다. 속리산 자락에서 진행된 야외수업과 단합 활동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숲길을 함께 걷고, 산 공기를 마시며 나눈 명리 이야기는 책 속 문장보다도 더 진하게 다가왔고, 그 속에서 명리학이 단지 이론이 아닌, 자연과 삶을 연결하는 깊은 언어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은, 최형인 선생님의 시골집을 방문했던 날입니다. 선생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고기를 함께 구워 먹고, 소박한 밥상을 나누고 예쁜 다도를 준비해 주신 최주현 선생님의 꽃차를 한 잔 곁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던 그 하루는 명리동아리 활동 중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눈 소소한 대화, 선생님의 삶 그 자체에서 우러나온 가르침은 ‘왜 명리를 배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조용히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동아리가 만들어진 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배움의 길 위에 있습니다. 한자 하나, 개념 하나가 여전히 낯설기도 하지만,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명리의 흐름 안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리를 통해 ‘나’를 이해하는 눈이 생겼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더 따뜻해졌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시간이 충분히 소중하고 감사한 여정입니다.
앞으로도 이 배움의 길을 계속 걷고 싶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지금처럼 한 걸음씩.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귀한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진정한 나’라는 존재.
이 모든 여정을 가능하게 해주신 김영옥 교수님, 따뜻한 가르침과 마음공부로 늘 동행해주신 최형인 선생님,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모든 명리동아리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원대학교 라이프설계학과 명리동아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공간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오희정 서원대 라이프설계 4학년(명리동아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