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강사로 첫발을 내디딘 무대였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 문을 나서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해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너무나 대견했고,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애써 참아냈다. “이것이 바로 성취감일까?”
이 순간이 내게 왜 이토록 특별했을까. 사춘기 이후의 나는 특히 고등학교 내내 ‘자책’이라는 감옥에 가뒀다. 교육 나온 컨설팅 강사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었지만, 콘텐츠를 만들기도 전에 스스로를 삶의 좌절의 프레임에 몰아 넣었었다. 대학 시절, 서툴렀던 연애가 남긴 깊은 상처들까지… 안타까운 감정들의 파편들이 강의를 마친 그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결국 참았던 눈물은 라이프설계학과 학우들 앞에서 터져 나왔다. 첫 수업의 소감을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 눈물은 단순한 감동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의 아픔과 스스로를 옭아맸던 자책을 씻어내는 정화의 눈물이었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는 안도의 눈물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동기생들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 박수의 의미는 “괜찮다, 잘했다“의 진심어린 축하였고 ”내가 더 기분이 좋다”라고 말해주는 학우도 있었다.
난 예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의 개념을 머릿속에 항상 갖고 있었다. 왜냐면 나도 한 분야의 프로가 되고 싶었으니까.
프로는 자신의 분야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지식과 품새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그 어둠의 시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이 나이에 뭘” 하며 주저앉았다면, 그리고 ‘평생학습’이라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더라면 나의 노후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분명 준비되지 않은 ‘아마추어 노년’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상처에 갇혀 세상을 탓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누구에게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수동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나는 50대에 두 번째 대학인 서원대학교 라이프설계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 삶의 항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라이프설계학과의 주 전공인 평생학습은 내게 단순히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강사’라는 직업적 기술만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것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가능성을 깨웠고, 나를 가두었던 과거의 감옥에서 걸어 나올 용기를 주었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뜨거운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이제 나는 감히 ‘프로의 노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내가 지난 30년간 매니저와 오너로서 현장에서 배워 온 모든 교육의 지식과 경험은 ‘기초 자산’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평생학습은 그 자산 위에 새로운 전문성을 더해주는 ‘강력한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이 두 가지가 더해져 나를 ‘프로의 노년’이라는 무대로 이끌고 있다고 멋지게 꿈꾸며 믿고 싶다.
목표를 세운 지 3달도 되지 않아 두 번의 강의 기회를 얻었다. 누군가는 ‘운’이라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운’은 서원대 라이프설계학과이다. 라이프설계 전공에서 만난 교수님, 그리고 학과를 통해 연결된 꿈 제작소 대표님, 서원대 라이즈 평생교육진흥 본부에서 주관한 시민대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너무 설레기도 하며, 동시에 아찔하다. 만약 서원대 라이프설계전공에서 평생학습을 시작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이 벅찬 성취감은 결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첫 강의를 마치고 느꼈던 그 뜨거운 감동, 동기생들의 따뜻한 박수,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모든 것이 라이프설계 학과 평생학습이 내게 준 선물이다.
나의 노년은 더 이상 과거에 발목 잡힌 ‘아마추어의 무대’가 아닐 것으로 기대해 본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프로’의 자세로, 당당하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빛나는 무대가 될 것이다. 그 설레는 두 번째 무대를 준비하는 지금, 나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서원대 라이프설계전공 3학년을 보내며 평생학습을 통해 ‘프로의 노년’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누군가는 과거의 경험에 안주하며 ‘아마추어의 노년’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돈(보상)’의 차이라면, 평생학습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삶의 질(보상)’의 차이이지 않을까?
프로가 최고의 보상을 받기 위해 지식과 품새를 치열하게 준비하듯, 우리도 최고의 노년, 즉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을 보상받기 위해 평생학습이라는 ‘준비’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길을 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설득하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 마지막 무대에서 ‘프로’로 남을 것인가, ‘아마추어’로 퇴장할 것인가? 그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평생학습’이라는 이름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서원대학교 라이프설계학과 3학년 대표 이승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