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빚으로 올해에 내야 하는 이자만 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 저출산, 고령화, 관세 충격 등으로 국가의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은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정부의 세수가 감소하며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 정책처는 저출산, 고령화로 실질 경제 성장률이 지속 하락하여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3년에는 국가 파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였다. 늘어나는 지출을 국세 등으로 메우지 못하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에는 우리나라의 국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채 금리는 보통은 기준금리에 연동되지만, 재정 적자 심화로 국채 발행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이 되면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국채 금리는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감세와 마찬가지로 재정 지출 확대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지만 미국을 통한 관세전쟁이 고금리를 예고하는 상황에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은 국채 금리 상승과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채 비율이 높은 기축통화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국채 수요가 많아 금리 상승 부담 없이 빚을 늘릴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신용 등급 강등 위험도 낮다는 점에서 채권 수요와 금리 여건이 불리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국채 확대를 통한 적자 재정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금리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장기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는 세수 감소를 가져오는데 단순히 증세를 통해서 적자를 메우는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금을 올리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서 소비를 감소시키고 경기를 둔화시킨다. 국채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은 지출에 대한 적극적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정책자금 대출을 줄이고 공적 개발 원조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며 저출산, 고령화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의무 지출 분야도 개편한다. 또한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따라 교육 분야 예산도 삭감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도 국채의 증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증세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도 한계에 도달했고 경기 부양의 기능이 전적으로 증세와 국채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 채무 증가의 속도가 더 빨라서 2030년에는 변수가 없다면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인 60%를 넘기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과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9년까지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총수입 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9%에 그쳤다. 세입도 감소하여 총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적자 재정을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칠 수 있다. 만일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여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으로 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매각하기 시작하면, 국채 수요가 급감하여 금리가 급등하고 국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그러면 국제 신용 평가 기관들은 국가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국채 발행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증가하는 복지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채는 국가의 빚이며 국민에게 세금으로 전가된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은 파산의 도화선이며 현재 세대가 갚지 못하면 미래 세대로 대물림된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 빚을 지고 있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