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 파괴의 원인을 규명한 제임스 러브락(James Lovelock) 교수는 ‘가이아(Gaia)’ 이론에서 생물 미생물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 전체가 상호 연결된 거대한 유기체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론적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300도에 도달하지 않고 15도를 유지하는 이유를 지구의 조절과 항상성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비, 바람, 지진, 화산 등의 현상을 지구의 신진대사로 표현한다. 지구 유기체 이론에서 보면 인간은 전체를 소멸시켜 결국에는 자멸하는 암세포와 같다. 러브락의 이론은 생명윤리와 환경 윤리의 기초가 되었으며 우리 시대의 융합적 사고를 위한 초석이 되었다. 생물과 무생물처럼 대륙과 대양, 인간과 자연, 선진국과 후진국,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상호관계가 강조되는 흐름은 유기체적 사고의 확장이다.
대기와 해양은 상호작용을 통해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해양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저장하며, 지구 대기의 온도와 습도를 균형 있게 유지하여 기후변화에 완충작용을 한다. 탄소중립의 상태에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해양이 일부를 흡수하여 대기의 온실효과를 완화한다. 하지만 과도한 탄소배출에 따른 대기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해수 온도의 상승을 일으켜서 지구가 필요한 산소의 50%를 공급하는 산호초와 해양식물을 소멸시키고 해양의 산성화를 유발하여 패조류의 생장을 방해하고 있다. 수온이 상승하면 산소포화도는 떨어지며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녹으면서 수소이온농도가 낮아진다. 또한 해양에서 흡수된 열이 해류를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며 대기와 상호작용하여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물은 가열되면 팽창하기에 해수 온도의 상승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쳐 해안 홍수와 침식을 초래한다.
이제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기와 대양의 변화는 인간의 변화를 요구한다. 기후 위기와 해양 위기는 인간 활동의 결과이며 지구의 미래는 인간의 변화에 달려있다. 기후 위기와 해양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은 환경운동을 넘어 인간의 생존 운동이다. 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aess)는 유기체 이론을 발전시킨 ‘심층 생태론’에서 기후 위기의 근원을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찾는다. 인간중심주의는 자연을 인간의 도구로 보는 반유기체적 사고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과 함께 모든 생명체는 본래의 가치를 지니며 인간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개체와 개체, 개체와 전체는 상호작용하며 인간과 자연은 연결된 전체를 형성한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직면하여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생태 중심적 세계관으로 사고를 개혁하려는 운동이다.
기후 위기는 바다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탄소중립이 아니라 탄소 네거티브를 추구해야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커티스 도이치(Curtis Deutsch)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생태 생리학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해수 온도 상승과 용존 산소량 저하 등에 맞춰 생물이 견딜 수 있는 생리적 한계를 분석했다. 그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양 생물의 멸종 위험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온난화가 지속하면 2300년에는 해양 생물의 90%가 멸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은 파리협약에서 제시한 것처럼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면 해양 생물의 멸종 위험을 7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제시했다. 결국 기후 위기와 해양 위기를 극복하는 최우선의 과제는 인간을 통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암세포로 존재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 유기체의 상호작용에 참여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