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명은 에너지의 활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산업혁명 때부터 석탄이 대량으로 사용되었고, 전기, 석유, 신재생에너지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변천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구조가 재편되어 왔다. 그동안 급격한 인구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인 에너지의 증가를 일으켰고 필연적으로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한도를 초과하였다. 한편 화석에너지의 편중과 고갈은 에너지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위기를 조장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자원 빈국이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 95%에 이르러서 에너지 안보에 취약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열강들 사이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길은 에너지를 자급하는 것이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국제 항행 선박에 탄소 배출량 등급 부여한다고 발표하였다. 탄소세, 탄소배출권, 탄소 관세의 도입은 기반 상업을 존폐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기업인 포스코는 앞으로 영업이익의 75%를 탄소 배출 부담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청정에너지의 개발과 확보에 국가와 산업의 미래가 좌우되는 것이다.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주목되는 것이 수소에너지다. 수소는 화학적으로 가장 가벼운 원소이며 우주공간의 75%에 분포하지만, 지구에는 1% 정도만 존재한다. 지구의 수소는 대부분 산소와 결합한 물이나 탄소와 결합한 천연가스의 형태로 존재한다. 수소에너지는 색깔별로 구분된다. 화석연료에서 추출하여 탄소를 발생시키는 수소는 ‘그레이수소’, 그것에서 탄소를 포집한 수소는 ‘블루수소’, 재생에너지로부터 물을 전기 분해하여 얻은 청정수소는 ‘그린수소’,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물을 전기 분해한 청정수소는 ‘핑크 수소’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수소는 주로 석유나 천연가스를 열분해하여 얻어지거나 석유의 정제 과정에서 나프타의 분해를 통해 추출한다. 탄화수소는 분해될 때 탄소가 배출되어 온실효과를 일으키기에 물을 전기 분해하여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기분해 방식은 입력에너지에 비해 수소에너지의 경제성이 낮아 대체 전원 또는 촉매를 이용한 제조 기술과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된 수소는 고체, 액체, 기체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데. 현재는 주로 기체 상태로 저장하고 있으나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밀도가 너무 낮아 경제성과 안정성이 부족하기에 액체, 기체로 저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의 90%가 화석연료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경제성은 높지만, 탄소 배출이 문제로 지적된다. 태양에너지를 통한 수소 생산은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한 뒤, 이를 수전해 장치에 공급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거나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는 전극을 물에 담근 후 전기로 물을 분해해 청정수소를 얻어내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기상 환경의 변화에 취약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려면 그것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수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의 기복이 있기에 태양광 발전을 통해 과잉 생산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했다가, 날씨 영향으로 발전이 어려워졌을 때 수소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전기를 많이 생산하면 수소로 전환해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도 있다. 원자력 청정수소도 재생에너지만큼 탄소 배출이 적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경제성이 우수하여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을 수소 생산에 활용할 경우, 그만큼의 대체 전력 생산을 위한 화력발전으로 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며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일무이한 에너지다. 수소경제는 우리가 글로벌 경쟁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우리의 미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효율성 있는 그린수소의 개발에 달려 있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