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음식점 폐업률이 개업률을 역전했다. 고금리, 고물가, 인건비 상승과 배달 플랫폼, 키오스크의 확산을 통한 경쟁 심화는 자영업의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로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 낮은 행복지수와 높은 자살률, 장기불황, 자영업 몰락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전년 대비 약 12만 명이 증가한 98만 6,487명이며 그중 대부분은 자영업자이다. 고령 자영업의 확대도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다. 고령 자영업자 문제는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자영업 생태계 전반의 역동성, 지역 상권의 경쟁력, 사회복지 부담과도 연결된다.
자영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뿌리이자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저출산 지원 대책에서 자영업자는 제외되며, 육아휴직에 따른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 출산, 육아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은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금근로자보다 긴 자영업자의 근로 시간은 가정을 돌보기 어렵게 만든다. 외국처럼 건강보험이나 양육보험 등에서 재원을 마련하여 자영업자뿐 아니라, 학생, 실업자도 지원해야 한다. 고용보험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사회복지 제도에서 자영업자는 제외된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월별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는 보험료 산정이 왜곡될 수 있고 생계가 어려워도 공식적인 수급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 복지제도의 획일적 기준은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며 자영업자의 소득 구조와 생계 방식에 맞는 복지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도 실업수당과 사회보험의 대상이며 프랑스에서는 자영업 전용 사회보험을 운용하여 저소득 자영업자에게 보험료 보조와 소득 안정 기금을 제공한다.
자영업 정책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단편적 접근에서 통합적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금이 일시적인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진행하는 창업 지원, 컨설팅, 시설 개선, 마케팅 교육은 외국인 자영업자, 청년 창업 실패자, 장애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는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다. 소상공인 대출 지원, 임대료 감면, 온라인 마케팅 지원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대다수 자영업자는 실질적인 도움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지원 이력을 통합 관리하고, 인공지능(AI) 분석 등을 통해 지원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실현되고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복지상담센터도 설치돼야 한다. 정보 격차로 인한 자영업의 양극화는 단순히 시장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고용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한 자영업자는 성장의 기회를 누리지만, 영세업체는 매출 하락과 폐업 위기에 직면한다.
정부의 자영업 정책은 재정 지원과 재정 감면을 병행해야 한다. 자영업에는 최소 생계비 기준으로 부가세와 종합소득세를 감면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예비 자영업자와 폐업하는 자영업자에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또한 네트워크마케팅을 장려하여 투자 비용과 재고 부담을 줄여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자영업 회복의 방법이다. 네트워크마케팅은 단순한 판매 방식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는 생존 전략이며 미래형 소득 모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자영업의 생존은 지속 가능한 사회의 시금석이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