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은 기온 상승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농작물의 성장 주기와 토양의 상태가 변화하여 수확량이 감소한다. 작물은 특정한 기후와 지리적인 조건에 맞게 선택되고 재배되기에 기후변화의 파급 효과는 기온이나 강수량을 넘어 농업 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 농업의 생산성이 저하되면 식량 가격이 상승하여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기후변화는 작물의 적정 생육 온도에 영향을 주어 재배지역을 이동시키고 강수 패턴을 불안정하게 하여 농작물의 생육 주기를 왜곡한다. 기온의 변화는 병해충을 증가시키고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 기후 현상을 유발하여 수자원 부족을 가져오고 농작물의 관리에도 영향을 준다.
그동안 재생 농업이 기후변화의 대안 농업으로 주목받았다. 재생 농업은 화학 비료나 살충제와 같은 인공적인 투입물을 최소화하고,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활용해 건강한 토양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이다. 토양이 건강해지면 탄소를 저장하여 온실가스가 감축되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생산성이 향상된다. 재생 농업은 기존 농업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재생 농업은 과거의 농업처럼 경험에 의존하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점이 있다. 한편, 인공지능에 기반한 스마트 농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물의 생육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특정 지역의 토양 상태와 기후 정보를 바탕으로 작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수확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드론과 센서를 이용한 정밀 농업은 작물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곳에만 물이나 비료를 공급하여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환경 부담을 감소시킨다. 인공지능은 비료 사용을 최적화하여 토양을 개선하며 작물 병해충 예측 모델을 개발하여 농약 사용을 제한하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고 생물다양성 보존에 기여한다. 회귀분석을 통한 예측 시스템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 성장을 예측하고 의사 결정을 개선하고 농업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친환경 농업을 실현한다. 또한 인공지능의 자동화 기술은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농업 전반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향상한다. 특히 고령화된 농촌 사회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자율 농기계가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이 인공지능을 통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도입하여 유전자 데이터와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고 특정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을 단기간에 개발하였다.
지금 세계는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자원 고갈이라는 다원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농업 분야는 가장 큰 영향권 안에 있다. 농업 분야에서 인공지능과의 융합은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 앞에는 아직 해결할 과제도 남아 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와 도입에는 높은 초기 비용이 요구되며, 작은 규모의 농가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농업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 과정에서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 문제, 정보격차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위한 농업인 교육과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농업 생산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농업 분야의 인력 부족도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농업 종사자와 인공지능 전문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이 통합된 농업 관리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며 글로벌 식량 위기와 환경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제 농업은 단순히 전통적 1차산업이 아닌 미래를 선도하는 첨단산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