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자유방임주의, 순수자본주의를 넘어 특정 개인과 기업에 자본이 집중되는 독점자본주의를 형성하고 있다. 소수의 대기업이 생산과 시장을 지배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비경쟁적이며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하며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한다. 대기업은 우월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기업과 관련 중소기업이 이익을 분배하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자율적 참여로 시행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상생 문화를 확산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그것은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공동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존 성과공유제와 유사하다. 하지만 성과공유제가 원가 절감에 기초하는 것과 달리 협력이익공유제는 이익향상에 무게를 둔 제도다. 성과공유제는 생산성 향상 분야에서 약정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며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의 이익 증가분 중에서 협력사가 관여한 부분을 분배하는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마진 공유형은 판매 수익 중 마진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며, 생산 반영형은 협력사의 생산 기여분만큼 보상하는 방식이고, 매칭 그랜트형은 협력사의 자금 부담 비율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협력사는 수익 증대를 통해 고용 창출과 기술 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나아가서 국내 소비 촉진 활성화와 내수 경기 회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협력이익공유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익구조와 목표를 구체화하는 실질적인 데이터의 수집과 기업의 기여도에 대한 분석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정부나 규정이 개입하기보다는 자율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철저한 사후 관리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대기업에 정부가 세금 감면이나 정책자금 우대와 같은 제도적 지원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하고 있다.
한편, 협력이익공유제에 반대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반대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기업의 소득분배에 정부가 개입하여 자유 시장 경제의 근본원리인 소유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의 적용 범위가 기업의 이익에만 적용되고 손실에는 배제되면 불평등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세 번째 반대의 근거는 협력 이익 공유의 부분만큼이 국외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해외 기업과의 협력이나 해외 생산기지 이전으로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하청구조가 강화되어 중소기업 간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대기업의 이익 감소로 기업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고전적 자유주의가 추구하던 인간의 자유 대신에 자본의 자유를 실현하고 독점과 양극화를 심화하여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정치 민주화와 함께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기업 간의 갑을 관계는 사라지고 수평적 협력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실질적 기업생산성과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로 결과가 맺어져야 한다. 정부는 자율적 협약에 대한 사전 심사와 이행 여부의 확인에만 그치지 않고, 협력 기업들의 재무적 성과와 이해관계자들에게 발생하는 시장성과가 반영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