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에서는 정보가 권력과 자본을 형성하며 아는 만큼 지배하고 알려진 만큼 지배당한다. 정보가 집중되거나 통제될수록 그것을 소유한 집단이나 기관은 사회적 영향력과 정치적 권력을 행사한다. 정보 접근성의 차이는 경제적 기회, 교육,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며, 정보 수집 능력의 차이는 소득 격차를 심화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 경제력의 부족은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기기로부터 소외시키고, 정보 수집 능력의 부족은 정보격차를 확대한다. 그리고 정보격차는 정보 접근성의 불균형을 통하여 사회적 계층 사이의 소통을 차단하고 경제적, 지역적, 연령적 단절과 함께 사고, 감정, 문화의 차별로 확대된다. 세계인권선언 제27조는 모든 사람이 과학, 예술, 여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규정한다. 이 권리는 국적, 인종, 성별,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개인에게 적용된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정보와 기술에 대한 평등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접근성, 사용 능력, 활용성에서 발생한다. 접근성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정보기술에 접근하는 가능성 나타내며, 사용 능력은 교육 여건에 따라 정보 기기를 효율적으로 구사하는 능력이고 활용성은 사용자가 정보기술을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세 가지 요소는 상호작용하며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다원화되고 정교해지면서 정보가 개인마다 확증 편향적으로 선택되고 있다. 정보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찾고, 반대되는 정보는 외면하면서 서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기대한다. 그 결과 정보사회가 대립사회를 고착화하고 있다.

정보 수집 능력의 차이뿐 아니라 정보의 왜곡도 정보격차를 일으킨다. 사용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정보와 사실과의 차이를 인지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윤리적 판단, 전략적 활용 역량이 디지털 문해력의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이 결여하면 정보를 활용하는 사용자는 주체가 아니라 그것에 반응하는 객체로 전락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정보를 사실로 검증하지 않고 확률적으로 예측하여 답변을 만든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면 그것이 그대로 반영되어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완성된다. 인공지능의 언어 모델은 사용자가 대화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해서 이어가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부정적 응답보다 유사한 정보나 유사 개념으로 대체되고 그 결과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정보가 생성되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건을 사실처럼 이야기하거나,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것이 ‘AI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정보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능력이 없다면 오히려 새로운 ‘디지털 문맹’이 될 수 있다. ‘디지털 문해력’은 단순히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기술적인 능력을 의미하기보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이다. 사용자가 정보의 진위를 인지하지 못한 채,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정보격차를 넘어 정보 소외가 일어난다. 정보사회의 미래는 인간의 정보 수집 능력과 함께 정보해독 능력에 달려 있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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