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서울의 한 낮 기온이 35.8도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기상 관측 이래로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노동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냉방 수요가 급증하여 전력 공급 부족을 가져온다. 전력 문제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데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기후변화는 물류비용을 증가시켜 소비물가의 상승을 견인한다. 기후변화는 농산물의 작황에 영향을 미치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기후 플레이션(climate-inflation)’을 초래하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2023년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글로벌 경제 리스크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경제인들이 가장 주목한 리스크는 기후변화 완화 실패, 기후변화 적응 실패, 자연재해와 극단적 기상이변, 생물 다양성 손실, 대규모 비자발적 이주였다. 이러한 리스크들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이다.
그동안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은 양자택일의 제로섬 게임이었다. 환경비용은 수익을 전혀 창출하지 못하는 ‘매몰 비용’이며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로 규정되었다. 기후변화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며,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이 과학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환경이 경제를 움직이며, 기후 경쟁력, 탄소 경쟁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되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Nicolas Stern)은 ‘기후경제학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과거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같은 지구적 재앙을 가져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는 경제성장 자체에 악영향을 준다. 한편, 보고서는 매년 전 세계가 생산하는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1%를 온실가스 줄이기에 사용하면 2조 5000억 달러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명시하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지금의 속도로 진행된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평균 소득이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G20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데 주요 수출업종은 EU의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대상인 제조업 분야로서, 철강,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고탄소, 에너지 과소비 업종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환경비용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경제 발전이 최우선 과제였고 환경 문제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그래서 과거의 대규모 산업화로 인해 대기 및 수질 오염, 자원 고갈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으며, 이 문제는 경제 발전과 함께 증가하는 탄소 배출량으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장 먼저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성장주도의 경제정책과 함께 과학적 증거와 정보의 부족으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였다. 위기의식이 없으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출발점은 다가오는 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위기를 넘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추구하는 ‘그리노믹스(Greenomics)’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여 기후경제를 주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의 부상, 정부의 정책 변화, 소비자 인식의 변화, 금융시장의 투자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친환경 생태계 조성,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의 정책과 함께 국민의 위기의식 각성 및 친환경 생활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