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초가 된다. 독일의 역사학자 야콥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는 인간의 삶과 역사는 반복되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prospection)은 과거를 회고하는 것(retrospection)”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학은 고고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고고학은 산업혁명 이후 자본가로서 영국의 주류 계층으로 등장한 젠트리(Gentry)가 향유하던 지적 산물이다. 다윈(Darwin)의 진화론과 리옐(Lyell)의 지질학은 고고학의 학문적 기초가 되었으며 영국이 본격적으로 식민지를 운영하고, 식민지에서 수집한 유물들을 전시, 탐구하면서 발전하게 되었다. 고고학은 단순히 고대 유물과 유적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며 과거의 자료를 통하여 인간을 탐구하기에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매개한다. 고고학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이며 인류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초기 문명 형성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여 역사의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통로가 된다.

이전의 고고학은 인간의 경험과 감각, 그리고 시간이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지금은 고고학 연구와 발굴에 대한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고고학 연구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 가상현실을 통해 학자들은 발굴지를 가지 않고 현장 탐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은 유물과 유적의 특성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예측 모델을 만들어 연구와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고고학 데이터 분석의 과정을 단축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 기술은 유물의 식별과 분류 과정을 자동화하였다. 발굴 작업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드론과 지리정보시스템과 결합하여 유적의 위치를 예측하고, 발굴할 장소와 유물을 신속하게 식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NASA가 공개한 위성 이미지에서 고대 도시의 윤곽을 찾아낸 것도 이러한 인공지능의 분석력에 기초해서다. 또한, 발굴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분석은 즉각적 의사 결정과 작업에 도움을 주며 그 결과로 연구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게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유물의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며 출처와 소유권을 추적하고, 보호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유적 복원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유물의 형태나 색상을 재현하는 데 있어서, 역사적 데이터와 이미지 자료를 기반으로 한 예측 모델을 통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향상하며, 증상 현실 기술은 과거의 모습을 현재에 그대로 재현한다. 이제 전문가들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손상된 유물의 결손 부분을 채우거나, 고대 건축물의 디자인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분산된 유물을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시간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 기능은 유물의 이러한 재구성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하였다. 딥러닝 기술은 통해 과거 데이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하여 문화의 발달 과정이나 사회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유물과 유적의 데이터베이스는 그것들의 출처와 유형을 식별하여 문명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공헌한다. 한편, 고고학의 전통적인 난제 중의 하나가 언어해독을 통한 역사 해석인데, 인공지능은 언어 인식,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분석하고 의미를 도출하여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텍스트의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미래의 고고학은 인공지능을 통해 더욱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뒤따르는 윤리적 문제,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 그리고 인문학의 중심 영역인 고고학에서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결과에 대한 대응이 과제로 남아있다. 고고학은 과거를 탐험하는 여정이다. 인공지능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며 그 길을 걸어가고 목적지를 경험하는 것은 인간이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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