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알권리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자신의 건강 상태, 치료 방법, 치료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이다. 이 권리는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의료행위에 대해 선택하는 자기 결정권의 기초가 된다. 알권리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의료행위의 결과뿐 아니라 환자와 의사의 신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의 알권리와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가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이다, ‘인폼드 컨센트’는 환자가 의료행위에서 자신의 권리, 의무, 절차, 위험, 이익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듣고,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과정이다. ‘인폼드 컨센트’는 1964년 국제 의학윤리위원회에서 제시되었으며 우리의 의료법에는 환자의 ‘알권리 및 자기 결정권’으로 명시되어 있다.
보건의료에서 환자와 의사 관계는 일반적으로 세 형식으로 구분된다. 능동적, 수동적 유형은 고전적 개념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지배적 관계로 나타난다. 지도, 협조 유형은 환자가 불확실한 증후로 인하여 환자가 의사에게 협조적인 관계로 나타나며 부모와 자식처럼 불완전한 독립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의사의 판단이 환자들에게 최상의 선택이 되는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의 모델이다. 상호 참여 유형은 환자와 의사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여 최상의 치료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의사는 환자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아버지처럼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간섭하는 ‘온정적 간섭주의’의 구조 안에서 진료하였다. 최근에는 환자 중심 의료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환자와의 상호 존중과 협력적 관계가 중시되고 있다.
환자의 알권리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형성하는 첫걸음이며 알권리가 보장될 때, 치료 효과도 개선된다. 건강은 의사의 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가 알고 실천해야 지켜지는 것이다. 인간은 생명의 주체로서 건강을 지키고 보호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며 의사는 그것을 도와주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한다. ‘인폼드 컨센트’가 설득을 통한 동의라고 해서 모두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득을 통한 동의와 이해를 통한 선택은 전혀 다른 의미이다. 환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고 주저할 때, 의사는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정보를 더 강조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정보의 왜곡이나 조작이 정당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의사가 방사선촬영을 망설이는 환자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촬영을 설득하여 시행한다면 환자의 동의를 자발적으로 볼 수 없으며 과잉 진료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 알권리, 자기 결정권, 피해 구제권을 명시하여 병원에 액자로 게시하는 소위 ‘액자법’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현재는 게시 형식, 장소를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 이해, 자발성은 ‘인폼드 컨센트’를 위한 필수적 구성요건이다. ‘인폼드 컨센트’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의 제공을 넘어 환자의 자리에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폼드 컨센트’를 의사의 입장으로만 보면 환자의 동의 과정에 따른 의무를 간과할 수 있다. 환자의 동의 과정을 의사의 정보 전달에서 시작하여 환자의 자발적인 동의로 종결되는 과정으로만 정의되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접점인 ‘이해’에 대한 고려가 결여한다. ‘인폼드’보다 ‘컨센트’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환자의 동의를 위해서는 정보보다 이해가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야 ‘인폼드 컨센트’는 의료 문제에 있어서 환자뿐 아니라 의사를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