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2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어 화려한 무대기술로 큰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인도의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가족은 캐나다로 이주하게 되는데 거대한 폭풍을 만나 배가 침몰하고,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크’가 작은 구명보트에 남겨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파이가 살아남기 위해 맹수인 파커와 공존관계를 만들어가는 여정이 전개된다. 바다 위에서 긴 시간동안 파이는 두려움, 고독, 굶주림, 자연의 위엄을 겪으며 정신적 성장을 하게 된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실제로 무슨일이 일어난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며, 현실적이고 잔혹한 이야기 사이에서 관객에게 선택권을 남긴다.
현재 한국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해외 원작의 연출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방식을 채택했다. 즉, 무대연출, 퍼펫 사용, 영상, 조명, 음향 디자인 등 원작의 연출 감각과 시각적 체험을 한국 무대에서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했다. 여기서 퍼펫은 동물인형을 말하는데 호랑이, 하이에나 같은 동물들이 실감나게 표현된다.
단순한 노래와 춤이 아닌 ‘바다 위에서 생존하는 긴박함’과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실감나는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무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몰입감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한국배우와 무대환경을 통해 ‘국내 정서와 감정’으로 재해석하여 한국에서도 원작 감동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한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믿음’을 통해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탐구를 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상상력과 이야기의 힘을 알려준다.
이야기의 진실은 ‘사실 여부’가 아니라 ‘우리를 살게 하는 힘’에 있다. 파이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해 들려주는가는 곧 그가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버텼는지를 보여준다.
연말을 맞아 볼 수 있는 귀한 공연이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