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꽃중창단은 2019년 충청북도 지역 특성화 사업 선정을 계기로 시작된 충주열린학교의 대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어느덧 7년째 이어지고 있다. 배움을 늦게 시작한 이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삶을 기록하고, 작곡가들이 그 이야기에 선율을 입혀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 창작 과정은 지역사회에서도 독창적인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역시 중창단은 봄날의 글쓰기에서 출발해 뜨거운 여름의 연습을 지나, 늦가을 무대에서 시민에게 건네는 따뜻한 목소리로 결실을 맺었다.
테너 박경환은 남기옥 학습자의 시 ‘배꽃이 피면’을 서정적으로 노래해 어머니의 품 같은 따스함을 전했고, 소프라노 이은주는 최옥자 학습자의 삶을 담아낸 ‘이름 속의 시간들’을 감동적으로 들려주었다. 또한 오순매 학습자의 ‘나의 이야기’, 어린 시절 산딸기-오디를 따던 기억을 담은 작품 등도 충주시 성악연구회의 풍성한 합창과 함께 무대를 채웠다.
감자꽃중창단의 합창곡 ‘그리운 어머니’와 ‘꽃’ 두 작품은 학습자들의 진솔한 삶이 주는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들며 큰 박수를 받았다. 축하무대로 참여한 충주시 합창단은 ‘솔바람이 되어’와 ‘아리랑’을 선보이며 공연의 감동을 더했고, 충주시 성악연구회와 레이디스싱어즈 등 지역의 음악 단체가 함께해 무대는 더욱 풍요롭게 완성됐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감자꽃중창단의 ‘인생’. 단원들은 한 해 동안 쌓아 올린 배움과 연습의 시간이 담긴 목소리로 노래를 전했고,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무대가 끝난 후, 충주시 루체레합창단 어린이들이 단원들에게 꽃을 건넨 순간 공연장은 다시 한 번 따뜻한 감동으로 물들었다.
정진숙 충주열린학교 교장은 “감자꽃중창단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배움의 기쁨과 인생의 깊이가 녹아 있는 삶의 무대다”며 “칠십, 여든을 넘어 처음 글자를 배우는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시로 쓰고, 그것이 노래로 만들어져 시민 앞에 울려 퍼지는 순간은 우리 학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장면이다”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학습자들의 성장을 존중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배우는 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7년째 중창단을 이끌고 있는 어혜준 지휘자는 “학습자들이 써 내려간 시를 마주할 때면 그 안에 담긴 삶의 무게와 따뜻함이 너무 깊어 꼭 노래로 만들고 싶어진다”며 “올해도 쉼 없이 연습한 단원들 덕분에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감자꽃중창단이 학습자들의 자존감과 기쁨을 키우고 시민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문화예술 단체로 계속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주의 한겨울 문턱에서 피어난 감자꽃중창단의 노래는, 배움의 길 위에서 다시 시작된 인생들이 서로의 마음을 데우며 이어지는 긴 울림으로 남았다.
원종성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