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플레이션은 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이 복합된 단어이며 친환경 정책과 기술에 대한 투자의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환경에 투자되는 비용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기회비용이 아니라 회수되기 어려운 매몰 비용이다. 환경친화적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은 원가의 상승을 초래하며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서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를 일으킨다.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설치 비용은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높으며, 친환경 제품 생산 과정에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탄소 배출권 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은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 비용을 더 지출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간다.
인플레이션의 주요한 원인은 수요의 증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하면 이를 이용하기 위한 원재료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늘었다. 예를 들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금속의 수요와 공급이 함께 상승했다. 증기기관을 장착하여 효율성이 개선된 선박이 나타나자 선박 제조를 위한 금속의 공급이 증가한 것이다. 전기가 발명되면서 유리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조명 산업이 활성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편 그린플레이션은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비용의 증가, 탄소 배출에 따른 세금부과와 원가 상승, 친환경 기술개발을 위한 비용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다.
개발과 보전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두 가지 목표이지만,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다. 성장은 변화를 전제하며 보전은 유지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하며 환경파괴는 가속된다. 대량생산은 대량소비를 전제하며 둘이 정비례할 때, 경제적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대량소비를 위해 대량 생산된 상품은 저가로 시장에 나오고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지만, 환경의 부담은 가중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고밀도 도시산업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제한된 국토에 대한 이용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환경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경제개발은 환경 부담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소비자는 가격이 높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환경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보다 환경도 살리고 경제개발도 추진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23년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자연환경은 미래에 유지될 수 없으며 자연환경을 고려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따라서 그린플레이션의 과제는 미래세대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세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사회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의 시대다. 환경문제는 전 인류의 공통 과제이며, 화석에너지 산업은 환경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화석연료는 다량의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이 배출하여 대기 오염과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또한 화석연료는 한정된 자원이기에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시급하며 에너지 분야에서의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선도하는 동력이 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포항, 울산, 여수 등의 지역에 생태산업단지를 조성하여 개발과 보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생태산업단지는 자연생태계의 원리를 산업에 적용하는 개념으로 기업 사이의 자연 순환구조를 형성하여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산업단지로서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고 오물을 보물로 바꿔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녹색성장의 바람직한 사업모델이다. 생태산업단지에서는 자연생태계의 원리를 산업에 적용해 산업단지 내의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에서의 배출물을 다른 공장의 원료로 재자원화한다. 생태산업단지 모델은 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중심주의로의 전환을 통하여 그린플레이션의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있다.
